아무 뜻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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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1 21:06

다들 안녕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2011/09/14 10:08

행복



1. 교육에 휴가에 연휴까지 한방으로 이어지던 꽤 길고 지루했던 비-업무 시절이 지나가고

나는 여느때처럼 한심한 시간을 보낸 후 업무에 복귀해 있다. 사실 내 30대 대부분의 시간

들이 꽤 한심했으므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이제 회사밖에서의 인생에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들이 남아 있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나이가 쌓일수록 인생에서 포기하게

되는 행복들이 하나둘 늘어만 간다.

 

2. 그러니까 결국 한 개인의 행복지수는 그 인간의 인간적 완성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30대의 독신남녀가 느끼는 갈등 중 하나는 자신의 행복을 빗대어 가늠해볼 척도가

없다는 것이다. 경험에 따르면, 물론 한 개인이 느끼는 행복에는 물론 그만의 절대적인 행복이

중요하겠지만, 거기에 상대적인 행복이 결합되어야 진정한 속세의 행복이 완성된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제
나이대에 누리거나 느끼는 상대적인 행복을 가지고 있다.

 

3. 이를테면 이런 건데, 20대때는, 누구의 공연을 보고 왔다, 라는건 스스로의 절대적인

행복이자, 또래에게 자랑하며 느끼는 상대적인 행복이기도 하다. 30~40대에는 내가 무슨

차를 뽑았다,거나 어디에 집을 샀다,라는게 개인의 절대적인 행복임은 물론 또래에게

은근히 자랑할 수 있는 상대적인 행복이기도 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데, 30대의

노총각이 루시드폴의 공연을 보고 왔다, 린킨파크의 공연을 보고 왔다, 라는건 개인의

절대적인 행복일 수는 있겠지만, 또래에게 자랑거리가 되는 상대적인 행복이 되지는 못한

다는 거다. (오히려 그걸 자랑하고 있으면 혀를 차는 인간들도 있으니) 스스로는 행복하지만,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것을 주변으로부터 동의는 받아내지 못하는 상태. 여기에 30대 미혼

노총각 노처녀들의 결핍이 있는 것이다.

 

4. 이 대목에서 자기만 행복하면 됐지, 그걸 뭘 주변에 인정받고 싶어하나, 라고 말하면 안된다.

개인의 절대적인 행복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종교인이 되겠지.

 

5. 서울근무가 시작된 이후로 이유없이 몰아닥친 지난 두달간의 우울증으로, 쉬는 날이면

집에 짱박혀 최선을 다해 혼자 있고 싶어했던 시간들도 이제 슬슬 정리를 해야한다. 이제

좀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좀 떠들고 싶어졌다. 그래도 살면서 이것저것 찝적거리며

살아왔지만, 아직 내 몸에 장착되지 않은게 뭘까,를 생각하다가 문득 춤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위터에서 보니까 춤 배우는 사람들 많던데 대부분 만족도가 매우 높더라.

운동도 할 겸해서, 진짜 춤을 한번 배워 볼까. 그리고, 린킨파크 공연 보면서, 다시 한번

공연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잼베를 배우고 싶어졌다. 주변엔 전부 기타치는 사람들

밖에 없으니 잼베라도 붙들고 앉아 있고 싶어졌다.

 

6. 흥미로운 모임에 영광스런 초대를 받았었다. 이름하여 <캐치볼 위클리>라는 캐치볼

모임이다. 어찌어찌하여 알게된 분들인데, 어릴때 갖고 놀던 찍찍이 캐치볼 도구로 달밤에

여의도 공원에서 캐치볼을 하고 난 후 술 한잔 하는, 10명 남짓한 (부산출신들이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일갈한 바 있는 캐치볼

정신을 구현해낸 모임인데, 나는 뭐 캐치볼은 웃자고 하는 얘기고 모여서 수다떠는 모임

이겠지 싶었건만, 가보니 이 사람들은 정말 3시간째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모여들었고 각자 하는 일도 다들 틀리지만, 30대에 만난 사람들중엔 손꼽을 정도로

유쾌했고 즐거웠고 호환되는 사람들이었다. (이 모임에서 나는 전설로만 내려오는 바둑 9단도

만났음 -_- Y)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초대에 감사드리옵고, 만나서 반가웠고

즐거웠고 영광이었습니다.

 

(캐치볼 위클리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수시로 아무나 와서 놀고 가도 되는 곳 같습니다.

서울하늘아래 홀로 부유하고 있는 골때리는 영혼들은 캐치볼 위클리 편집장에게 연락을..)




(이러고 노는 사람들입니다)



7. 말했다시피 루시드폴 2011 목소리와 기타 공연에 갔다. 퇴근하고 혼자 갔다. 학전

소극장 맨 뒷자리 구석에서 여자 20명 사이에 끼어앉아 무릎에 손올리고 차렷하고 봤다.

루시드폴 공연은 부산에서 본것과 합쳐 이번이 6번째다. 사실 그 공연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처음의 감동은 좀 떨어진다. (부산이나 서울이나 여자 관객들은 루시드폴이 숨만 쉬어도

까르르르~) 그러나 공연 도중에 간간이 들려준 새앨범의 신곡들은 역시나 출중. 특히 <외줄타기>




(이게 나의 시야였다)



8. 그리고, 지난주에 나는 마침내 린킨파크 내한공연에 갔었다.  4년전과 8년전의 내한때는

부산에 있었던 관계로 회사 일정과 겹쳐 놓쳐버렸지만, 이번 내한공연은 5월에 예약싸이트가

열리자마자 구입했다. 린킨파크의 스탠딩석은 워낙 양키들이 소란을 피우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그 화려한 무대연출을 흔들림없이 쭉 보고 싶어서 스탠딩을 포기하고 지정석

한가운데 맨 앞자리로 자리를 잡았건만, 나는 지정석의 양키였다 -_-. 오프닝 시작되자마자

<Faint> 터져 나오는데 진짜 심장 터지는줄 알았음. 그렇게 듣고 싶었던 <In the end>

라이브때는 진짜 오줌 지리는줄 알았다. (같이 갔던 오승이랑, 그렇게 하고 싶었던 후렴구

"I put my trust! in you!"를 때창할때는 진짜 살짝 지렸던 것 같기도 -_-) 린킨파크 3집

까지의 전곡을 랩까지 다 외우는 나로서는, 랩과 보컬을 오가며 다 따라부르니 옆에

있던 사람이 신기해하기도 하더라.

 


9. 물론 하루사이에 세계 최고로 조용한 루시드폴과 세계 최고로 시끄러운 린킨파크의 공연을 연달아
봤더니 짧은 조울증에 시달렸고 -_- 


10. 린킨파크 공연은 뭐랄까, 아무튼 진짜 지덕체가 조화된,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라이브

퍼포먼스 임은 분명해 보인다. 나도 드디어 봤으니 여한 없는게 또 하나 생겼다.




(우리 자리. 지정석 9구역)




아래는 이번 공연 오프닝 + Faint 영상. 다시 봐도 심장 터질것 같군.





11. 작년에 스매싱펌킨스부터 올해 린킨파크까지, 하고 싶었고 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하고 보게 되니 점점 더 여한이 없어져서 죽을때가 다 되었나 싶기도 하니 웬지 서글프군 -_-;

 

12. 그리고 덴고는 쑥쑥 자라며 개팔자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1/09/01 10:14

2011년 9월 1일



블로그에 시큰둥해진 이유는, 사실 뭔 이유가 있겠냐마는, 일단 주변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 인생에 무슨 일이 꾸준히 일어났었던 것도

아니고, 나는 예측불가능한 일이 계속 터지는 인생을 극도로 혐오하는 복지부동형

인간이다. 문제는 생각하는 걸 설명해보고 싶은 의지, 혹은 생각의 능력 자체가 심각히

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먹고사는것과 관련된 문제외에는 깊게, 넓게 생각하기를

싫어하게 되어가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건 어쩌면 이와도 관계된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TV 켜놓고 방바닥에 드러누워서 3-4시간을 멍하게 때울 수 있는 제일 좋은

취미가 야구시청인것 같기도 하다. 야구볼때만큼은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야구가

재밌다기 보다는 사는게 편하다, 라고 느낀다.

 

사실 블로그를 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사람들끼리 오해하거나 싸우거나 관계가 멀어지거나

이상한 뒷다마가 오가거나 풍문이 나돈다거나 하는 건 별로 관심이 없다. 나름대로 PC

통신 하이텔 시절부터 15년이상 온라인 세계에 발딛고 사는 인간으로서, 초창기엔 상처도

많이 받고, 남에게 싫은 소리 듣는게 싫어서 적극적으로 해명도 했지만 모두 먼지같은

일들인 것을. 사실 오해와 싸움과 뒷다마와 풍문이 없으면 온라인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사실 블로그에 시큰둥해진 제일 큰 이유는 이런 거다. 나는 블로그를 하는 것에 대한 이상한

자격지심같은게 있는데, 뭔가 답답하거나 무슨 말이 하고 싶어 돌아버릴거 같다거나 할때

우다다다 쏟아 놓는 곳이 블로그이긴 하지만 가끔 그러고 있는 스스로가 너무 찌질해 보이거나

한심해 보일때가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 내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을 블로그에

찡찡거리면서 늘어놓고 사람들의 위로를 받는 것으로,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로부터 자꾸만

도망쳐버리려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릴때에야 블로그 같은데 글 휘갈기고 사람들이

힘내요,힘내요,해주는 것들을 매우 즐기며 살아왔지만 그러다보니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채 이 나이까지 유예되어 왔다는 자기반성같은 것을 하게 되었다. 블로그나

온라인에 쓰는 글들이 내 인생엔 그저 별책부록 정도일거라 생각했지만, 생각이상으로

블로그나 온라인에 쓰는 내 글들에 내 정서가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근데 사실, 취미라는게, 멀리 하고 싶다고 멀리 해지는 거냐. 살다보면 블로그가

아니고서는 해소되지 못하는 어떤 종류의 감정같은 것이 분명히 있는데 그걸 또

마음속에 담고 꿍꿍대고 살았더니 속병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30대 이후의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었던 것도 이 블로그 아닌가. 일부러 멀리하고, 쓰고 싶어도

참고, 말하고 싶어도 삼키는 것들이 다 병이 되고 있다. 뭘 하는 것 보다 뭘 안하고 사는게
더 힘들다. 인생 내내 그랬다.

9월 1일을 맞이하여, 짧게라도 매일매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머리가 띨빵해지고 있으니, 뭐라도 사는 기록을 남겨놔야 나중에 기억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서울생활을 좀 더 열심히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2011/08/31 09:48

서울의 여름



아무튼 정서적으로 매우 침체되어 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인생에 사건이

없어진지는 오래 되었다. 의지도, 의욕도, 계획도, 꿈도 없고 빨리 퇴근해서 집에 갇혀

버리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지금의 나를 설명해주고 있는 모든 환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외롭다거나, 쓸쓸하다거나, 와 같은 감정이 아니다. 대화의 상대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업무의 특성도 있지만 하루종일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위한 대화 외에 감정의

고양을 위한 대화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산다. 남을 위로하려는 의지도 없고 남을 웃기려는

시도도 철수한 상태다.

 

서울가면 이 사람, 저 사람들 만나러 다녀야겠다, 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언젠가부터 사람 한 명을 만나는 일에 엄청난 감정의 에너지가 소비되니 선뜻 약속을

잡기가 망설여 진다. 사람을 편하게 만나는 방법을 잊어버린듯 하다. 뭔가 자꾸 무슨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을 느끼고, 뭔가 맞장구를 쳐줘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는다. 계산이

많아진 것이다. 일단 말을 던져놓고 고민을 시작하던 수다스럽던 20대와는 달리, 30대

이후로는 줄곧 생각의 속도를 입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30대의 나는 전에 없이

버벅거리고, 어눌한 인간이 되었다)

 

언제나 어딘가에 정착하길 원하는 인간이었지만 돌이켜보니 최근 1년간은 은근히 떠돌이로

살아왔다. 6개월에 한번씩 발령이 났고 이사를 다닌 것이다. 마산, 부산, 서울,을 오가며 나는

마산을, 부산을, (지금은) 서울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

내가 떠나고 싶어했던 곳은 마산이나 부산이나 서울이 아니라 조직이었다. 나이를 서른, 마흔,

오십을 먹어도 동네 소꿉놀이 같은 위계질서속에서 버텨야 하는 인생. 그 속에서도 정치를

하는 인간이 있고, 인맥과 학연과 지연을 찾아 다니는 인간도 있으며, 앞에서 박수치고

뒤에서 다마까는 인간들도 있다. 사실 입사이후 9년동안 나는 이 모든 상황들을 실소하며

살아왔지만, 이 모든 상황들에 적응하려 애쓰는 인간이기도 했다.

 

먹고 사는 것, 집사고 차사고 옷사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재미도 의미도 감동도 없는

부자연스러운 일상들. 주말에 할인마트에 가서 카트 끌고 다니고 백화점 가서 가방 구경이나

하러 다니기 위해, (내게는 거의 소멸된) 종족번식의 본능으로 낳은 애새끼 영어학원 보내고,

대학 보내느라 날려버릴 청춘들. 내가 벗어나고 싶어했던 것은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 벗어나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인생에 설레이는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나를

버벅거리게 하고 어눌한 인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어느 도시에서나 짱박힐 곳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찾아낸 곳은 삼청각이다. 삼청동 까페촌을

넘어서 삼청터널 통과해서 조금만 가면 나오는데 주말에 가도 사람도 없고 완전히 오픈되어

있고 산책하기도 좋고 작은 계곡물도 졸졸 흐르고, 공기도 좋고, 눈도 맑아진다. 예전에

요정으로 사용된 곳 이기도 하고, 간첩 김신조가 침투해 들어왔던 곳이라고도 하는데 주말에

여기 가서 앉아 책이라도 끼적거리고 있으면 마음이 맑아진다. 위로가 된다. 당분간은 좀

짱박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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